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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느낌

[영화대 영화] 비트 vs 태양은 없다


나는 그동안 영화란 매체를 그저 데이트 코스나 여가생활로만
생각해왔던 내게 영화를 "인생의 교과서"라는 철학을 심어주고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감독님이 한분 계신데 그분은
바로 살아있는 청춘영화의 대가 김성수 감독님이시다.

90년대 초반부터 활동하신 감독님께서 지금까지 만든 여섯 작품중
김성수감독님의 스타일을 갖추고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청춘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란 카피가 잘어울리는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꼽을것이다.

"비트"와 "태양은 없다" 이 두 작품은 같은듯 다른 영화인데 영화
에서 나오는 비트의 이민(정우성)과 태양은 없다에 나오는 도철
(정우성)은 이민이 성장한 20대 청년의 모습과 일맥 상통하는
느낌이 강하다..


누구나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좋아하는 배우를 또다시
스크린에서 만나는 일은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일만큼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매우 유쾌하고 즐거운 일일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김성수 감독님의 페르소나가 되어버린 청춘의 아이콘 정우성씨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내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태양은 없다" 이 작품은 1997년에 제작된 비트의 스태프들이 다시
모여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청춘의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핸드헬드 촬영방식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우정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빠른 편집과 적시 절묘한 영상위에 흐르는
올드팝 들을 통해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비트는 입시지옥에 살고 있는 10대들이 대학진학을 앞두고 겪어야
하는 고통과 아픔을 이민과 로미라는 캐릭터로 고등학생들의 문제를
나타내고 있는데 "나에겐 꿈이 없었다"는 영화 초반 이민의 독백
처럼 미래라는 자체를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민에게 무조건적인
주입식 교육과 체벌이란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선생님의 구타..
그리고 대학이란 맹목적인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학교생활에
대한 반항과 사회를 향해 던지는 메아리없는 몸부림..
이 모든게 다 하룻밤의 꿈처럼 되어버린 민의 죽음은 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싶었던 이민의 유일하게 가져보았던 소박한 꿈을
뒤로하고 흐르는 비틀즈의 Let it be 는 제발 내버려두라는 Let it be
가사와 다르게 "제발 우리에게 신경좀 써주세요"라고 10대들의
마음을 역설적으로 감독님께선 표현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싶다.


이에 반면 태양은 없다는 도철과 홍기라는 캐릭터를 통해 20대의
불안감과 알수 없는 내일로 향해 하루 하루 살아가는 직업하나
변변치 않은 변두리 인생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속
도철은 삼류 복서로서 권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채 압구정
뒷골목에서 복권이나 긁으며 남 뒷조사나 하는 흥신소 직원으로
나오는 현실 부적응자인 귀여운 건달 홍기(이정재)를 만나며 극을
이끌어가는 버디무디 형식을 띤 영화로서 빠른 편집과 신나는
올드팝들이 한편의 뮤직비디오 처럼 흘러간다.

비트는 10대의 문제를 다뤘다면 태양은 없다는 인생막장까지 온
20대 중반의 두 청년을 스크린에 비춤으로서 사회서 성공하지 못한
부류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은 없다를 보면 비트에
비해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
“태양은 없다”란 제목과는 달리 청춘에게 태양(=희망)은 있다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비트의 이민과 환규 그리고 태양은 없다의 도철과 홍기..
이 모두들은 보고 있노라면 청소년기에서 성장이 멈춰 버린채
어른이 되지 못한 한국형 피터팬을 보는것같다. 우리 사회구조가
양산해낸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잉여인간들의 모습..
삼류인생을 살수밖에 없는 그들은 어쩌면 잊고지냈던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10대와 20대의 고뇌를 다룬 작품을 만드신 김성수 감독님답게
다음 행보는 30대의 뒷모습이 아닐까싶다. ( 2005.4.20 )